모바일 결제, 중국 인쇄업 생태계를 바꾸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면서 ‘종이’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아래와 같은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죠.

파주출판단지 내에서 규모 2위를 자랑하는 대형 인쇄소 신흥피앤피가 부도를 내고 26일 영업을 중단했다. 최근 또다른 인쇄기업인 백산인쇄가 문을 닫은 데 이어 건실한 기업으로 알려진 신흥피앤피까지 영업을 중단하자 출판인쇄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 52년 전통 대형인쇄소 신흥피앤피 경영 악화에 부도(뉴스1)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중국 인쇄업 역시 하향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중국 인쇄출판 시장 규모는 매년 10%씩 하락하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건 상품 포장, 마케팅용 포스터 정도인데요. 국내 모 제지 기업의 주 수익원이 초코파이 박스라는 후문도 있죠. 이 영역만 매년 5%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덕분에 인쇄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하는데요. 토우즈제(投资界)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모바일 QR 결제가 활성화되면서 관련 산업들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모바일 결제가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이 수혜는 단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만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서비스를 둘러싼 수만개의 관련 기업들이 QR 덕분에 번영하고 있다.” – 支付行业上演地推大战,二维码印刷厂收益颇多?(投资界)

가장 대표적인 곳은 오프라인 매장입니다. 알리페이의 연례 오프라인 결제 독려 행사 ‘쌍12절(双12)’에는 2016년 기준 100만 매장이 참여했습니다. 텐센트의 올해 무현금의 날 행사에도 100만 매장이 참석할 계획입니다. 이날 단 하루에 사용되는 투자금이 수천만 위안에 달할 정도란 소식도 들립니다.

또한, 모바일 결제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면서 수혜자가 된 업종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인쇄업입니다. 타오바오에서 ‘알리페이’나 ‘위챗’으로 검색하면 관련한 QR 스티커 제조 업체들이 검색되는데요. 2017년 7월 기준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가격대는 16.8위안부터 시작되며, 월 3857건이 판매됐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쇄업체는 항저우에 소재한 메이인광고회사(美茵广告公司; 이하 메이인)인데요. 원래 이 회사는 단순 인쇄업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2013년 QR결제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면서, QR 코드 스티커 인쇄로 일종의 ‘피봇팅’을 했는데요. 현재는 전체 인쇄량의 40%가 이에 집중돼 있습니다.

메이인에서 QR스티커를 만드는 과정. 쓰리엠의 양면테이프를 사용한다.

메이인은 왕이(网易), 알리페이(支付宝), 커우베이(口碑)의 QR 스티커를 주로 발행합니다. 현재 QR 스티커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영역이 배송 분야인데, 많은 식당에 뿌릴수록 노출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커우베이 측에 따르면 올해까지 300만 곳 제휴 매장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스티커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폭증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예를 들면 쓰리엠(3M)의 55236 모델 양면 테이프를 사용해 QR을 만드는데요. 한 통 당 1.2미터 폭, 50미터 길이입니다. 메이인은 하루 평균 80여통의 쓰리엠 양면 테이프를 사용합니다. 길이만 해도 4000m인 셈이죠. 이로 인해 항저우 지역의 양면 테이프 수량이 부족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쓰리엠 장쑤, 저장, 상하이(江浙沪)에서 생산하는 월 평균량은 500개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메이쥔의 책임자는 쓰리엠 상하이 본사에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QR 스티커 주문이 밀려들어서 계속해서 생산을 해야 하는데, (회사 근처의) 쓰리엠 공장에서는 이미 생산량을 초과해 구입하고 있었습니다. 중간의 공급상들에서는 추가 주문 건에 대해서는 가격을 높이고 있었죠. 저희로서는 쓰리엠 상하이 본사에 요청해서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揭秘:支付宝微信死磕线下,带火了二维码印刷公司(都市快报) 

단순히 인쇄만 한다고 QR 스티커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 각각의 매장, 결제 브랜드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달라지는데요. 수십만장의 스티커에 인쇄된 QR 형식이 모두 달라야 합니다. 단순 인쇄 기술로는 해소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메이인은 이를 위해 알고리즘을 도입해 각각 다른 형태의 암호화된 코드 인쇄물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출력된 QR 코드 스티커들

인력도 필요합니다. 스티커를 포장해 배송하는 데에는 수작업이 필요합니다. 현재 메이인에는 정식 직원 외 30여명이 포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국 인쇄업의 두번째 부흥기의 계기는 플랫폼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됐습니다. 테크웹의 보도에 따르면 O2O의 바람이 막 불기 시작한 2015년만 하더라도 서비스 업자가 직접 QR 스티커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사이에 어러머, 메이퇀, 알리페이, 위챗페이, 커우베이 등 수많은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많고 다양한 종류의 스티커 수요가 필요해지게 됩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유리 문, 식탁, 배너, 냅킨상자 등등, 붙일 곳이 점점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중국 식당에 방문하면 매장 곳곳에 여러 업체의 QR코드가 난잡하게 붙여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치열한 경쟁이 만들어낸 산물이죠.

결과적으로 중국은 모바일이 인터넷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면서, 동시에 오프라인 영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용자의 편리함만을 강조하는 혁신이 아니라 전통 업계의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