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공지능 스피커가 통할까?

요즘 인공지능(AI) 스피커가 국내외 시장에서 화두다. 아마존이 에코를 내놓더니 애플은 홈팟을 내놓기에 이른다. 이보다 앞서 징동은 중국 1위 음성인식, 자연어분석 업체인 커따쉰페이(科大讯飞)와 함께 딩동이란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중국에서 출시된 AI스피커 제품의 뒤에는 인터넷과 IT 영역의 거두들이 있다. 알리바바, 징동, 바이두, 텐센트, 샤오미는 모두 AI 스피커를 발표하거나, 음성 교류 서비스를 선보였다. 물론, 미국 시장과 달리 중국은 제품, 전략 모두 시작 단계다.

최근 알리바바가 출시한 티몰 지니X1(天猫精灵X1)의 가격은 499위안(약 8만2000원)이다. 헌데 이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생산 공장과의 적지 않은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이로 인해 다른 브랜드의 제품들 역시 499위안이란 금액에 얽매일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AI 스피커는 작년의 VR 산업을 보는 듯 하다. 대형 회사들이 각각 제품을 내놓고, 자금을 투여한 뒤에 작은 규모들의 회사들이 머리를 들이미는 순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중국 과학기술 산업의 기회 지점은 매우 많지만, 트렌드의 변화 역시 무쌍하다는 리스크가 있다. 기술, 소프트웨어, 데이터, 서비스가 빠진 하드웨어와 OEM(주문자 생산방식)식의 ‘떼거리로 (제품이) 몰리고 사라지는’ 형태의 방식은 더 이상 효과를 내기 어렵다.

초기에 뜨겁게 달궈진 시장은 이내 이성을 되찾기 마련이다. 사실 중국인의 생활 습관에서 AI 스피커를 통한 음성 교류에 대한 수요가 그다지 크지 않다. 이는 시장의 거대한 진입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티몰 지니X1은 스마트 가전 제품 중 하나다.

하지만 중국 가정만 보더라도 아직 스마트 가전을 연결할만한 조건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가령, 부엌만 봐도 거실과 완전히 분리돼 있다. 부엌에는 거대한 환풍구가 거치돼 큰 소리를 내며 작동되고 있는데, 중국 요리를 할 때 나오는 연기를 감내하기 위한 장치다.

설령, AI 스피커와 같은 음성 인식 기기를 중추로 하더라도 23개 성(자치구, 직할시, 특별행정구 포함 33개)에 따라 사용되는 언어도 천차만별이라 이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중국과 미국 시장이 이만큼 다르다.

특히, AI 스피커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그 뒤에는 이용자를 만족시킬만한 수많은 콘텐츠와 연결 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주된 AI 스피커 제조 기업들은 스스로의 생태계를 만들 뿐이다. 닫혀있는 환경에서 각 플랫폼을 넘나드는 수준을 보기는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사용자 경험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커따쉰페이가 지난 2016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징동과 커따쉰페이가 공동 제작한 AI 스피커 ‘딩동(叮咚)’의 판매량은 10만 개에 이른다. 14억 인구의 시장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타오바오의 AI 스피커 판매 현황에 따르면 7월초 기준 월 100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한 상점 수는 21곳에 총 판매량은 1만7645대에 그쳤다.

징동-커따쉰페이가 새로 출시한 AI 스피커 딩동 A3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거두들의 AI 스피커에는 중문 기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국 내수 시장에서 기회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생태계 측면에서 중국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보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AI 스피커 영역은 중국에서 촉발된 제품이 아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BYD 같은 전기차 시스템에 커따쉰페이의 음성인식 기술이 장착돼 있다. 위챗 사용하듯 음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시스템 내 내비게이션이 최선의 장소를 찾아주고 음성으로 안내를 해주는 순이다. 이코노미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음성 인식, 분석 기술은 보이스 피싱 방지 및 행정부 내 업무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리하면, 미국발 AI 스피커는 중국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서의 대안이 아니라 영미권의 필요에 의해 등장한 측면이 있다. 이미 중국은 중국의 방식으로 AI 음성인식 시장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 미국식 잣대로 평가를 하다보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