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바일 결제, 그 이상의 디지털 소매 금융 체계…‘거지+QR’ 아니다

중국 핀테크가 빠른 속도로 성장해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러면서 꼭 나오는 키워드들이 있는데요. 거지, 노점상, QR 등의 단어로 점철돼 있습니다. 즉, 중국에서는 거지들도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며 QR로 구걸하고, 양꼬치 및 볶음밥 노점에서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만 있으면 사먹을 수 있다는 식이죠. 현금만 받는 곳은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내용들도 덧붙여집니다.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만큼 중국의 핀테크가 발전했고, 사람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이 열렸다는 방증일 테니까요. 문제는, 매년 똑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재작년도, 작년도, 올해도 계속해서 거지들이 출연해 스마트폰을 들고 QR 결제를 하며 이만큼 중국의 핀테크 시장이 발전했다는 평가들이 반복해 나옵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온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러면서 정작 봐야 할 중국 모바일 결제의 현재를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도 중국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쓸 수는 없습니다만,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세 가지 트렌드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1.알리페이의 위챗 방어전? 무기는 ‘즈마신용’

작년 위챗페이가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의 제3자 결제 플랫폼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만 하더라도 알리페이 68.4%, 위챗페이 20.6%로 47.8%의 큰 격차를 보였는데요. 2016년 1분기에 위챗페이가 38.3%까지 치솟으며 알리페이(51.8%)와의 격차를 13.5%대까지 좁힙니다.

이때 시장에서 나온 메시지 중 하나가 “위챗페이가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 영역에서 알리페이를 뛰어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텐센트 마화텅 회장은 위챗페이 사업부 회의에서 2016년 위챗페이의 오프라인 시장 점유율이 알리페이를 추월해 1위를 차지했다고 언급하며, 이를 기념하는 동시에 직원 상여금으로 1억 위안(약 172억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위챗페이’ 오프라인 결제 규모 ‘알리페이’ 추월 … 텐센트, 직원 상여금 172억 원 지급(플래텀)

하지만 2016년 4분기 알리페이 55.0%, 위챗페이 37.0%로 다시 18%대로 격차를 벌립니다. 원인은 다양하게 있습니다. 아이리서치에서는 ‘위챗페이가 3분기에 비해 4분기 성장 속도가 느려진 것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는데요. 알리바바그룹의 최대 온라인 쇼핑 축제인 솽스이(双十一)가 4분기에 진행됐다는 점도 이유가 될 것입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격차가 18%로 다시 벌어졌다. 출처: 아이리서치

더욱 중요한 건 알리페이가 중국 핀테크 시장에서 갖는 위상입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오프라인서 알리페이보다 쓰기 편한 게 위챗페이입니다. 모바일 화면에서 이들이 가장 먼저 여는 앱 1위가 위챗이기 때문입니다. 위챗을 바로 열고 그 안에 결제 모듈을 사용할 수 있으니 훨씬 간편합니다. 결제라는 행위 측면에서만 본다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알리페이는 단순히 결제 그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즈마신용(芝麻信用)’입니다.

작년에 정리했지만한 번 더 서머리하면, 즈마신용은 알리페이를 서비스하는 앤트파이낸셜그룹 소속 개인신용평가기관인데요. 지난 2015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으로부터 개인신용조회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즈마신용은 개인 신용 지수를 점수화해 등급을 나눕니다. 이용자의 알리바바 생태계 내 타오바오, 티몰, 쥐화수안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의 결제 내역, 신용카드 연체 여부, 알리페이를 통한 각종 요금 납부 상황, 모바일 결제 내역, 재테크 상품 가입 현황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수를 줍니다.

위챗페이 역시 알리페이와 마찬가지로 신용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출처: 아이리서치

가령, 600점 이상이면 자전거 대여시 보증금 면제, 650점 이상이면 렌트카를 대여할 때 보증금 면제, 700점 이상 시 알리바바 여행 플랫폼(阿里旅行)을 통해 싱가포르에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대출도 가능합니다. 알리페이의 ‘지에뻬이(借呗)’라는 서비스를 통해 점수에 따라(기본 600점 이상) 차등해 1000위안에서 5만위안의 금액을 12개월 기준 4.5% 이자로 빌릴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들에서는 즈마신용 점수를 올리기 위한 노하우들을 공유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올 정도로 여기에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해 말에는 알리페이가 이 즈마신용 점수 750점 이상의 남성 이용자에게 여성 이용자의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다가 논란이 돼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죠.

알리페이가 2016년 말 소셜미디어 카테고리 시아오위엔르지(校园日记)에 즈마신용 점수 750점 이상의 남성 고객에게만 여성의 사진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을 넣었다가 철수하고 공식 사과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논란을 차치하고서즈마신용 점수를 통해 이용자들의 계급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위챗페이가 11억 중국인이 사용하는 위챗의 연결성과 트래픽에 힘입어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다면, 알리페이는 실생활의 혜택과 직결되는 신용 체계를 플랫폼화하고 있는 셈이죠.

즈마신용은 중국 최대 공유자전거 플랫폼인 오포(OFO)와도 결합해 650점 이상의 이용자에게는 보증금 90위안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라이벌 서비스인 모바이크는 중국 최대 보험 플랫폼 핑안그룹 산하의 첸하이정신 신용점수를 활용하고 있죠.

공유자전거 플랫폼들은 자전거 도난 및 훼손을 방지하는 데에 이 신용점수를 활용합니다. 훼손할 경우 패널티를 주는 형태인데요. 결국 사용자는 단순히 QR을 스캔해 모바일로 결제하고 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했을 뿐인데, 신용 점수는 물론 신원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는 셈입니다.

2.오프라인의 모바일 결제 모듈 독점화 뚜렷

중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 폐쇄화, 독점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신선식품 이커머스로 유명한 허마셴셩(盒马鲜生)입니다. 지난 번 정리했던 글을 통해 간략히 소개를 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허마셴셩은 징동의 물류 총괄 출신인 호우이(侯毅)가 2015년 창업한 신선식품 이커머스 서비스며, 2016년 1월 상하이에서 오프라인 매장으로도 확장하게 되는데요. 하마(河马)의 발음을 딴 신선식품(鲜生) 플랫폼입니다. 발음만으로는 미스터 히포(하마씨)의 의미도 있는데요. 혹자는 알리바바의 동물원 생태계에 편입하기 위해 동물 이름을 차용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상하이는 중국 대표격 1선 도시로 소비력이 높으면서 알리바바의 도시(?)인 항저우와 가깝고, 동시에 복건성 앞바다의 신선한 해산물을 받아올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기도 하죠. 마침,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프라인 1호점을 세운 후 2개월 만에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억5000만 달러(약 1676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합니다.” – 허마셴셩: 중국 신선식품 이커머스의 현재

허마셴셩의 특징 중 하나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 매장이든 알리페이로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는 알리바바가 타오바오에 알리페이를 붙이면서 타오바오의 트래픽을 알리페이로도 연결했던 전략과 유사합니다.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트래픽이 거꾸로 커머스로 도달하는 모습인데요. 오프라인 시장의 주도권을 알리페이 중심으로 가져가려는 복안이 있는 것이죠.

중국 최대 오프라인 백화점을 보유하고 있는 완다그룹과 은련(유니온페이) 역시 이와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은련의 NFC 결제 시스템인 은련윈샨푸(银联云闪付)를 완다의 백화점, 호텔, 병원에서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열어놓은 것입니다. 즉, 완다의 앱에는 오프라인 매장 내부 지도 및 현재 위치, 매장 및 주차 정보가 담겨 있는데, 여기에서 바로 은련윈샨푸와 연동해 독점적 결제 환경을 연 셈입니다.

은련윈샨푸의 이용 모습. 모바일의 NFC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이렇듯, 현재 중국에서는 ‘독점적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확보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플랫폼화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3.중국 핀테크? 예전처럼 자유롭지만은 않다

마지막으로 중국 핀테크 생태계에 대해 국내에서는 ‘개방성’을 강조하곤 하는데요. 즉,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같은 서비스들이 중앙은행과 정부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지금의 모바일 결제 강국 중국이 있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몇년 전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중국 정부에서는 계속해서 이 영역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2015년 중국 증시 폭락 이후 핀테크 영역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는 게 현 중국 핀테크 업체 관계자들의 중론입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형태의 핀테크 회사들의 주요 화두는 더 이상 확장이 아니라 생존으로 바뀌고 있다는데요. 최근 몇년 사이 금융 정책을 만드는 기관들의 중역들이 대부분 전통 은행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더욱 상황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의 발전 속도와 파급력은 중국 각 사회의 영역에 빠르게 스며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오프라인 환경이 디지털화돼 측정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윤리의 문제를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해결하고자 하며, 사회 개선의 효과도 가져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허나기존 강자들 외 신흥 기업들이 자리를 잡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규제도 규제이지만, 이미 이용자에게 가장 친숙한 결제단을 점령한 플랫폼들이 더욱 깊숙한 영역까지 장악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국 모바일 결제를 단순히 거지+QR결제로만 설명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