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지수, 콘텐츠 플랫폼 향한 텐센트의 야심


[유재석] 관젠츠: 위챗지수


3월 23일.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시징/소셜미디어 웨이신(微信; 이하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가 웨이신즈수(微信指数; 이하 위챗지수)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언뜻 보기에는 기존 각종 플랫폼들의 지수 기반 측정 서비스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인 바이두는 지난 2006년 바이두 지수를 오픈했고, SVOD(가입자주문형비디오)인 아이치이(爱奇艺)는 2011년 아이치이 지수를 공개했다. 이밖에 QQ메신저의 QQ지수, 알리바바의 알리지수 등, 중국에는 수없이 많은 지수들이 산발적으로 놓여 있다.

인터넷 서비스 거두들이 지수를 공개하는 이면에는 표준화의 욕구가 담겨 있다. 자사의 웹이나 앱에 올라오는 콘텐츠들, 반응들을 일원화된 점수로 통해 줄을 세우면서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챗지수는 가볍게 해석하고 넘길 문제만은 아니다. 주체가 텐센트이기 때문이다. 그간 텐센트는 QQ부터 위챗까지 메신저 서비스에 기반해 이용자들을 모아왔다. 그 결과 위챗은 현재 8억8900만명의 월 활성 이용자(MAU)와 일간 90분 이상 사용자 4억4450만명을 갖춘 공룡 플랫폼이 됐다.

위챗은 프라이버시 기반의 메신저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의 길을 걷고자 했다. 폐쇄형 소셜미디어 펑요취엔(朋友圈; 한국명 모멘트), 공개형 콘텐츠 플랫폼 공공계정(公众号)의 등장을 통해서 말이다.

위챗지수는 이 연장선 위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검색량을 기반으로 트렌드와 영향력을 측정하는 바이두 지수와 유사하다. 다만, PC시절과 달리 모바일은 검색량만으로 영향력을 파악할 수 없다.

위챗 지수는 기본적으로 검색, 공공계정 콘텐츠, 펑요취엔에 올라오는 콘텐츠의 반응 등 세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해 지표를 만들어낸다. 모든 키워드에 한해 지표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 관심도가 높은 키워드(사회적 이슈 및 유명 브랜드)를 중심으로 지표가 나온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모바일 광고의 사각지대를 채운다

모바일 기반의 지표는 광고, 마케팅 영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광고를 하는 입장에서 콘텐츠의 성과 측정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근거와 직결된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마케팅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결과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2008년 유럽발 금융 위기 이후 떠오른 디지털 마케팅 영역의 강점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투자 대비 수익(ROI)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위챗에서 광고를 할 수 없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펑요취엔 광고는 이미 중국내외에서 유명하다. 5만 위안부터 500만 위안까지의 광고 집행 단가 및 CPM(노출당 과금) 방식의 광고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다. 아래 배너에서 더욱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http://m.blog.naver.com/gongyuan1872/220595075277

위챗 광고 어드민 페이지에서의 이용자 분석. 출처: https://www.kafan.cn/edu/61428191.html

위챗지수는 (유명 브랜드에 한해) 단가 기반 광고 서비스의 성과 지표를 크로스 체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를 하고자 하는 영역의 대표 키워드 지수 변화를 통해 현재 추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화수에 대한 90일, 30일, 7일 기준 위챗지수 측정 결과 위챗 내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지 못하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출처: 위챗

아모레퍼시픽의 대표격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의 트렌드를 봤을 때 광고를 했던 시점과 아닌 시점이 확연히 구별할 수 있다. 아모레의 입장에서는 집행했던 광고의 ROI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위챗지수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1인 미디어, 왕홍의 주무대 만들어주는 위챗?

중국에서는 최근 1인 미디어, 왕홍 등 개인 크리에이터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들을 통한 광고는 광고 마케팅 업계의 표준이 된 지 오래다.

2016–2018 중국 왕홍 산업 규모 예측. 올해는 약 800억 위안, 2018년에는 1000억 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이관즈쿠

문제는 산업의 규모는 커지지만, 그만큼 이들의 광고 효과 및 영향력에 대해서는 거품이 아니냐는 진단도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령 100만 팔로어(粉丝)를 갖고 있는 왕홍, 혹은 1인 미디어의 실질적 영향력이 어떠한지에 대한 공개된 평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http://m.blog.naver.com/gongyuan1872/220595075277

위챗지수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대안이 돼줄 수 있다. 어느 정도란 표현을 쓴 것은 현재까지는 위챗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에 한해 이러한 트렌드 분석을 해주기 때문이다.

왕홍 미멍(咪蒙)에 대한 90일, 30일 7일 기준 위챗지수. 출처:위챗

가령, 위의 그래프에 나왔듯 중국 대표격 작가 왕홍인 미멍(咪蒙)의 지난 90여일 간 트렌드를 보면 그의 영향력의 추세가 어떠한지를 측정할 수 있다. 텐센트는 위챗 플랫폼에 영향을 주는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그게 대기업 브랜드든 1인 미디어든 모양과 규모에 상관없이 말이다.

최근 마화텅이 IT 분야의 대표격 1인 미디어 ‘홍포’의 펑요취엔에서 위챗 공공계정에 돈을 내고 정기구독하는 기능을 넣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위챗에서 콘텐츠를 게재하는 크리에이터의 경우에 위챗지수에 따라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양질 콘텐츠의 지속적인 등장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이용자의 숫자다.

위챗은 이미 8억이라는 중국 모바일 인구의 거의 전부를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 다음은 콘텐츠다. 텐센트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위챗 위에서 활동하고, 그 안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원했다. 위챗지수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등장의 의의는 이 연장선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