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는 트래픽을 어떻게 활용할까?


결제+물류+이커머스+클라우드의 시너지

중국 전자상거래 및 마케팅 플랫폼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유량(流量)입니다. 바이두 백과사전의 정의를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流量: 일반적으로 트래픽을 뜻하지만, 페이지(앱)에 방문한 이용자들의 데이터 및 움직임을 총망라하는 개념이다. UV(순방문자), PV(페이지뷰), RV(재방문자) 등 각종 지표가 이에 포함된다. — 출처: 바이두백과

한자를 빼고나니(…)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지표들이 많이 보입니다.

알리바바의 가장 큰 축은 전자상거래입니다. 1999년 기업간거래(B2B) 이커머스 플랫폼인 1688닷컴이 등장하며 알리바바그룹이 시작했죠. 이후 글로벌 셀러/바이어로 구조를 확장한 알리바바닷컴(阿里巴巴国际站)을 론칭합니다. 고객간(C2C), 기업고객간(B2C) 이커머스로는 타오바오(淘宝), 티몰(天猫)도 유명합니다. 그밖에 공동구매 플랫폼인 쥐화수안(聚划算), 글로벌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알리익스프레스도 있습니다.

그 다음 축은 결제와 물류입니다. 중국 최대의 제3자결제 플랫폼 알리페이(支付宝)와 4자 물류 시스템 차이니아오(菜鸟)가 알리바바 산하 이커머스의 결제와 물류를 책임집니다. 또한, 광고 마케팅 플랫폼 알리마마(阿里妈妈), 쇼핑 검색엔진 이타오(一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알리클라우드(阿里云)가 문제 없이 운영되도록 백단을 책임지고 있죠.

알리바바 생태계

이밖에도 알리바바그룹이 투자, 인수한 기업들까지 낱낱이 나열하면 포스팅이 아니라 보고서가 되므로(…). 다음 기회에 분석하도록 하고, 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으로 알리바바를 바라보고자 합니다.

일명, 트래픽 관점으로 정리하는 알리바바 생태계입니다. 알리바바그룹은 어떻게 고객의 트래픽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을까요.

대표적 사례 3가지를 소개합니다.

#타오바오 트래픽 -> 알리페이

알리페이는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간편결제 서비스이자, 글로벌 온오프라인 영역에 위협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알리페이 내에 온라인 금융상품(MMF)인 위어바오, 신용평가시스템 즈마신용, O2O 서비스 Global Lifestyle Platform(GLP) 등이 붙으며 사람들의 온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죠.

허나, 알리페이의 시작은 그다지 화려하진 않았습니다. 타오바오 내 거래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타오바오 설립 이듬해인 2004년에 론칭한 알리페이는 에스크로 서비스의 역할을 했습니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가상 계좌를 만들고 구매가 완료된 뒤에 판매자에게 돈을 보내주는 형식이었습니다.

알리페이 결제가 안전하고, 기존 미비한 금융서비스들보다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타오바오 이용자의 알리페이 사용률이 급속도로 올라서게 됩니다. 즉, 알리페이가 지금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주요 요인에 타오바오가 있던 셈이죠.

타오바오에는 5억명이 가입해 있습니다. 일일 방문자만 해도 6000만명에 달합니다. 매일 8억개의 제품이 올라오며, 그중 4만8000개의 제품이 구매로 연결되는 거대 플랫폼입니다. 알리페이는 타오바오 이용자를 흡수하며, 4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빠른 속도로 확장합니다.

알리바바가 투자, 인수한 각종 서비스 및 제휴사에 알리페이 모듈이 들어가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었다. 출처: 이관즈쿠

#알리페이 데이터 -> 차이니아오+티몰

알리페이가 ‘핀테크 플랫폼’이 되면서 알리바바 생태계의 다른 서비스들의 보안 문제를 해결해주기에 이릅니다. 가장 대표적인 역할이 통관에서의 신원 보증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B2C 이커머스 서비스인 티몰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역직구 상품입니다. 즉, 중국 고객이 티몰에 올라온 해외의 제품을 구매하면 차이니아오의 물류가 뒷받침해 로컬 주소에까지 안전하게 배송해주는 프로세스가 구성이 돼 있습니다.

알리바바 물류 자회사 차이니아오의 글로벌 생태계. 차이니아오는 알리바바그룹 대표직을 그만둔 마윈 회장이 이듬해 설립한 물류회사다.

이때 가장 큰 문제는 통관에서 발생합니다. 어떤 나라를 가도 통관이나 세관은 엄격한 편인데요. 중국 통관은 특히나 엄격합니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대체로 구매자의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는 편입니다.

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 게 알리페이입니다. 알리페이에는 고객의 정보가 있습니다.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결제 플랫폼이니 당연한 이야기겠죠. 결제 데이터에 있는 이용자의 정보를 통관을 통해 들어오는 제품의 정보와 매칭시키면 굳이 신분증을 검사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알리페이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오는데요. 첫째는 티몰 제품에 대한 신뢰도 상승입니다. 요즘 징동이 매섭게 쫓아오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제품의 크로스보드 형태의 배송에서 티몰은 여전히 강자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전시해놓더라도 집앞에까지 제대로 배송돼야 하는데, 이를 알리페이와 차이니아오가 책임져주는 셈입니다.

둘째는 차이니아오에 대한 의존도 증가입니다. 티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배송은 반드시 차이니아오일 필요는 없습니다. 국제우편(EMS) 형태도 있을 것이고, 다른 물류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허나 차이니아오를 통해서 들어올 경우엔 알리페이가 신원 보장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보니, 차이니아오로 수요가 몰리게 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지난 2015년~2016년 이패스란 이름으로 서비스됐다가 현재는 잠정 중단됐으나, 차이니아오 자체적으로 알리페이를 통한 신원 보장 서비스가 곧 출시된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타오바오+티몰 트래픽 -> 알리클라우드->@

알리클라우드 설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퍼블릭 클라우드 하면 아마존웹서비스(AWS)나 MS의 애저를 떠올리기 십상인데, 중국에서는 알리클라우드가 독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알리클라우드 역시 초기에는 타오바오와 티몰의 서비스를 감당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아래와 같은 보도를 매년 11월 11일 봤을 겁니다.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 기간에 알리클라우드를 통해 피크 시점에 초당 총 17만5000건의 결제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진다. 접속자 수의 증가에 따라 유연한 IT 인프라 확장이 가능한 클라우드 때문이다. —‘광군제’ 특수, 주문 폭주 견뎌낸 알리바바…“비결은 클라우드”(디지털데일리)

출처: http://www.thecountrycaller.com

2009년 알리바바 그룹 이커머스 서비스들이 문제없이 돌아가도록 알리클라우드 사업부가 만들어진 이래 2011년부터는 퍼블릭 클라우드 형태로 확장,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타오바오와 티몰로 유입되는 수많은 트래픽들을 통해 테스팅 과정을 거친 뒤에 AWS나 애저에 못지 않은 안정성을 내세울 수 있게 됐는데요. 현재 230만곳의 기업 회원을 확보하며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 알리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주 고객들은 대부분 IT/스타트업 기업인데요. 이들이 성장하고 확장할수록, 알리클라우드 인프라도 같이 성장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트래픽=돈이라고 생각하는 게 현존하는 대다수 인터넷 기반 기업의 가치관입니다. 스타트업의 형태든, 큰 기업이든 유사하죠. 언뜻 보기엔 합리적입니다. 많은 트래픽이 모이면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스타트업의 경우엔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한 핵심평가지표(KPI)로 따라오는 게 방문자를 둘러싼 다양한 지표이며, 국내 각종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를 위해 할인 쿠폰을 매달 뿌리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일반적인 IT, 이커머스 기업과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고객이 타오바오를 통해 들어오든, 알리페이를 통해 들어오든, 들어온 트래픽(데이터)을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때로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관에서의 신원식별과 같은 규제 영역의 난제를 해결하기도 하죠.

고객의 입장에서는 알리바바 서비스의 어떠한 지점에 들어오든 상관없이 마케팅, 결제, 물류, 심지어 엔터까지.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그저 트래픽을 돈으로 생각하는 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어떻게 해서 이러한 역할을 하게 됐을까요. 마윈회장이 시종일관 강조한 ‘가치관’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알리바바는 이커머스 기업이 아닙니다. 많은 소기업들이 온라인에서 물건을 잘 팔 수 있도록 이커머스화 되는 것을 돕는 플랫폼이자 하나의 생태계죠.”